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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열차
세상에서 제일 상냥한 장례행렬을, 당신과 함께ㅡ
. . .
덜컹, 덜컹.
당신은, 희미한 진동에 몸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눈을 뜹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쩐지 열차의 객실 같은 공간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정면에는 이사라 마오가 앉아 있네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새까만 상복으로 몸을 감싼 채입니다.
깨어난 당신을 알아차린 모양인지, 그가 잔잔한 웃음을 지어 보입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거구나.
같이 있어주고 싶은데, 응. 장례 행렬의 준비를 해야 하거든?


그 말만을 남기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객실을 빠져나갑니다.
어쩐지 평소와 다른 상황을 의심할 틈도 없이,
당신은 저항할 수 없는 졸음 속으로 떨어집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요?

(으악)
다시 잠에서 깨어난 당신은, 여전히 열차의 객실 안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 응... (늘어지게 하품을 하곤, 주변에 다른 사람은 없는지 살펴본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일단 이 객실 안에는 당신 혼자인 모양인 것 같네요.
입고 있던 옷은 어느 새인가 상복으로 바뀌어 있고,
창 밖 풍경은 한가롭고 따스합니다.

(객실 안을 살펴보기로 한다. 처음 보는 공간이니까.)
객실 안에는 별다른 것이 없습니다.
길을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자리한 객석 정도가 눈에 띌 뿐입니다.
어라, 그런데 아까 전 마오가 있던 자리에 뭔가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편지와 꽃 한 송이입니다.

『안녕, 리츠. 너무 많이 자서 머리 아프겠다.
실은 함께 가려고 했는데, 깨우기도 미안하고... 그러니까 먼저 갈게.
꽃이 열쇠가 되니까, 천천히 와. 오늘은 중요한 장례 행렬의 날인걸.』

작은 향기가 나는 꽃입니다.
이름이 뭐였더라...?
고민하던 당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꽃의 이름이 봄망초라는 사실을 떠올려냅니다.

안내판이 달린 문이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빈 꽃병도 하나 있네요.

『6호차:봄망초』
그리고 또 그 아래에, 작게 글씨가 써져 있습니다.
『봄망초는 회상의 꽃, 꽃말은 【스스럼없는 사랑.】』

달그락,
문이 열립니다.

앞으로 나아가던 당신은,
그제서야 겨우 떠올립니다.
확실히 오늘은 장례 행렬의 날이라는 것을요.
누구의 장례인지, 여기는 어디인지...
그런 것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지만,
딱히 상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덧 당신은 다음 호차에 들어섭니다.

웅성웅성.
조금 전의 객실과는 다르게, 이 곳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듣기 롤 굴릴 수 있을까요?)
그보다 사람들을 한 번 살펴보는 게:D

힐끔힐끔 살펴본 사람들의 얼굴은,
...어라?
잘못 보았나 싶어 다른 쪽을 보아도,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이상하죠.
분명히 사람의 얼굴인데,
왜 마네킹에게 인쇄된 사진을 붙여 놓은 것처럼 느껴지는지...
기묘한 감각에 머리가 조금 아파옵니다.
Value: | 60/30/12 |
Rolled: | 5 |
Result: | Extreme |
산치 -1.

당신의 맞은편 쪽에, 아까와 같은 모양새의 안내판이 달린 문이 보입니다.
물론 그 아래에는 꽃병도 있습니다.

『5호차:알리움・기간티움』
『알리움・기간티움은 불굴의 꽃, 꽃말은 【원만한 인품.】』

…으음. (말을 머뭇이다, 사람의 무리 중 가까이 있는 사람을 톡톡 쳐본다.)
그가 당신을 돌아보지만,
여전히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우왕좌왕하던 당신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객실에서 얼굴을 내민 마오가 당신에게 손짓하고 있네요.




난 그냥 도우미 같은 거야.
그보다 머리는 좀 개운해졌어? 물론 아직 시간은 한참 남았지만 말야, 준비는 미리 해 두는 게 좋으니까...

응, 한참을 푹 잤으니까. …후아, 기분 좋아. 깨우는 사람, 아침 일정 하나 없이 푹 자는 거. 오랜만인 것 같네♪
준비는, 무슨 준비?

그제서야 당신은, 조금의 위화감을 떠올립니다.
난 열차에 탄 기억이 없는데.
타기 전의 기억도 전혀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장례 행렬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죠.
왜 지금까지 신경쓰고 있지 않았던 걸까. 조금 초조해졌습니다.

Value: | 60/30/12 |
Rolled: | 22 |
Result: | Hard |
Value: | 60/30/12 |
Rolled: | 77 |
Result: | Fail |
Value: | 60/30/12 |
Rolled: | 75 |
Result: | Fai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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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치 -1.

나, 정말 기억 하나도 안 나는걸. 마~군도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쾅.
순간, 객실 창문에 거센 충격이 가해집니다.
바깥 풍경이 삽시간에 깜깜해지고,
객실 내의 조명도 조금씩, 사라져갑니다.
그렇지만 아마 당신은, 그쪽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거예요.
어째서인지도 모르게,
맞은편에 앉아 있던 마오의 몸에서 서서히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기에.


쏟아지는 피가 상복을, 흰 셔츠를 붉게 물들입니다.
온 몸에서 피가 넘쳐나는 것처럼,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지는 실내에서도, 그 광경은 지독할 정도로 선명합니다.
안절부절못하며 그를 살피던 당신은,
갑자기 마오가 당신을 무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마오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한 마디 말을 뱉을 뿐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차내의 조명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캄캄한 객실 안, 몇 번이고 손을 뻗어 보지만 당신은 아무것도 만질 수 없습니다.
문득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면,
무수한 눈동자가 당신을 응시한 채로,
차츰 가까워집니다.
그 모든 것은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보여지고 있습니다.

무서워, 모르겠어. 무서워, …마~군.
조소
관찰
호기심
흥미
의심
분노
불안
공포
여러가지 감정이, 당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습니다.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그저 당신을 지켜보고 있을 뿐입니다.
일련의 무시무시한 광경은, 당신의 마음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Value: | 60/30/12 |
Rolled: | 56 |
Result: | Succ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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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치 -2.

...아무것도 닿지 않습니다.
텅 빈 허공의 감각만이 느껴질 뿐입니다.
문득, 열차 안이 밝아졌습니다.
아무래도 터널을 빠져나온 모양이네요.
창 밖은 여전히 한가롭습니다.
아까보다 조금 더, 구름이 늘어난 것 같긴 하지만요.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마오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피의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남아 있는 것은 편지지와 꽃 한 송이.

「배가 고프니까 먼저 갈게.
이 다음은 식당차니까, 뭔가 먹고 싶으면 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해도 좋아, 기다리고 있을게.」


Value: | 70/35/14 |
Rolled: | 58 |
Result: | Success |
문득 당신은,
편지지의 뒷면에도 무언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곁에 있으면 행복했는데, 어째서 (이 뒤는 혈흔 때문에 읽을 수 없게 되어 있다.)」

『불안해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 단지 그뿐이었는데.』

문 앞에 다다릅니다.
문득 너머를 보자, 가득하던 마네킹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모습이 눈에 띕니다.
어디로 간 걸까요.
...뭐, 상관 없나.

문이 열립니다.

터벅터벅.
여전히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창 밖의 하늘은 조금 흐립니다.
비라도 오려나.

이제는 익숙해진 문과 안내판, 꽃병이 보입니다.
식당차라더니, 흰 상보가 올려진 테이블도 여럿 보이비다.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수많은 테이블 사이에, 딱 하나의 테이블에만 접시와 커트러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거기에는 『사쿠마 리츠 님』 이라고 적힌 명패가 올려져 있습니다.

자리에 앉고 난 뒤 조금 후,
문득 고개를 들면 맞은편의 자리에 마오가 앉아 있습니다.



응? …뭐야, 이게. …아까, 괜찮아?

마오는 고개를 갸웃해 보입니다.

마~군이야말로, 기억 안 나…?
피?
마오는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젓습니다.

피는 무슨. 봐, 이렇게 멀쩡한걸.

우, 멀쩡해보여서 다행이야. …정말로, 걱정했잖아? 이상한 편지나 톡톡 남겨두고…~

(웃으며 어깨를 으쓱인다.)
이윽고, 3호차 쪽의 문에서 마네킹 하나가 카트를 끌고 나타납니다.
조리복을 입었지만, 팔에는 검은 완장을 찬 채입니다.
마네킹은 클로쉬를 얹은 접시 하나를 리츠의 앞에 내려두고,
공손히 예를 표한 뒤 다시 사라집니다.

배고프지? 어서 먹어.


클로쉬 아래에는,
옅은 색의 리조또가 담긴 그릇이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소박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초라한 음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평범한 리조또입니다.


리조또를 한 입 먹자,
문득 졸음이 거세게 밀려옵니다.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던 찰나,
누군가가 몸을 받쳐 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당신은 잠에 빠져듭니다.
...
당신은 꿈을 꿉니다.
하얀 벽으로 뒤덮인 방에서, 정체 모를 무언가들에게 둘러싸여.
외치는 족족 막혀버리는 말과, 단단히 얽매여진 손과 발이 당신을 죄어 옵니다.
은빛 바늘이 빛나면, 곧 그것은 격통과 함께 당신의 팔에 파고듭니다.
액체를 주입시키는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공포로 맥박이 차츰 빨라지고,
당장이라도 심장이 찢어져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합니다.
쥐어뜯기는 것 같은 구역질과 무시무시한 불쾌감.
피부를 뒤덮은 이물질을 털어내려, 당신은 자신의 피부를 엉망으로 할큅니다.
흰 시트에 혈액이 거뭇거뭇 드리우는 모양이, 왠지 당신을 안심시킵니다.

문득 시야가 뒤바뀌면,
당신은 누군가에 품 속에서 울고 있습니다.
당신을 껴안고 있는 누군가도, 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잠에서 겨우 깨어납니다.

마오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편지와 꽃 한 송이, 검게 변색되어버린 리조또 그릇이 눈에 띌 뿐입니다.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아?
아무리 해도 고되다면, 무리하지 않아도 좋아. 너답게 하는 걸로 충분해.
마음이 진정되면 이 쪽으로 와.
나는 언제까지라도 기다리고 있으니까.』

『네가 보는 세계는, 지금 어떤 색을 하고 있어?』

안내판이 달린 문입니다.

『4호차:콜키쿰』
『콜키쿰은 영원의 꽃, 꽃말은 【즐거운 추억.】』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문이 천천히 열립니다.

다음 객실로 넘어갑니다.
3호차는, 어쩐지 도서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창 밖은 완전히 흐려져서, 당장 비가 내리기 시작하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벽이나 통로에도 책장이 즐비하고, 소파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작은 동화책부터 두꺼운 전문서적까지, 여러 종류의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
문득 고개를 돌리자, 소파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마오도 보이네요.


힐긋, 당신을 한 번 바라본 마오는 다시 책읽기에 열중합니다.


어쩐지... 평소보다 무뚝뚝하게 느껴지는 것은 착각일까요.


衣更真緒: ...뭐 하는 거야. (다시 네게서 떨어지려 하다가, 책 위에 손이 얹어지자 옅게 눈살을 찌푸리며 겨우 네게 시선을 두었다.)










응. 외국 소설.


수술의 사전 실험에 사용되었던 생쥐 앨저넌에게도 실제로 엄청난 두뇌 향상이 보여졌었나봐.


찰리도 수술이 끝난 이후에는, 정말로 천재가 되었대.
평범한 인간보다도 훨씬 지능이 높아졌다는 뜻이지.
그런데 그렇게 되니,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던 사실까지 알아차리게 된 거야.


그렇게나 똑똑해졌는데도 마음은 그대로 어린 채여서, 결국 찰리는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꼴이 되어 버리고 말았어.
고립되었다고나 할까.


이유는 수술의 부작용.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거지.
찰리는 퇴행을 끊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방법은 없었어.
결국 그는 자신의 발로 장애인 수용 시설에 향하며, 일기장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어.
'제발 기회가 있다면, 뒷마당에 있는 앨저넌의 무덤에 꽃다발을 바칠 수 있게 해 주세요.'


앨리스 교수에게도 악의는 없었어. 그녀는 완전한 선의로 사람을 망쳐버렸을 뿐이야.
'지옥으로 향하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는 말, 알아?


...아마 나도 선의로 사람을 망쳐버린 게 아닐까, 해.




그런 거라면 좋을 텐데.
여기, 꽤나 읽을 만한 책이 많으니까. 리츠도 한 권쯤 읽어 봐. (옆에 놓아 두었던 다른 책을 집어든다.)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고... 책 읽을 시간 정도는 충분하니까.

…끝까지, 누구의 장례식인지도 듣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객실 안은 다시 조용해집니다.

책장은 여러 종류의 책들로 빼곡합니다.
눈에 띄는 것은 두 권 정도.

『마음의 병에 대해서』,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자 실험』

『마음의 병에 대해서』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자 실험』


Value: | 70/35/14 |
Rolled: | 20 |
Result: | Hard |
...
누군가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당신의 귓가에 속삭이고 있습니다.
식사 중, 목욕 중, 혹은 자는 도중에도.
『저 녀석은 네가 싫은 거야』
『너를 보며 우월감에 젖어 있어』

『아니, 사실은 네가 역겨운 거야』
「틀림없이 그래, 분명 그런 거라고」
「이대로라면 죽어」
「저 녀석은 언젠가 너를 죽일 거야」
「죽고 싶지 않아」
「그래, 먼저 저 녀석을 죽이면 돼」
「죽여버리자」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증오에 찬 환청이 끊임없이 귓가에 흘러듭니다.
그 지독한 어둠 속에서 당신의 정신은 점점 낡아가고, 간혹 무의식적으로 칼을 찾기도 한 날이 있었습니다.
그런 생활 속에서도, 당신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그 누군가를, 정말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Value: | 60/30/12 |
Rolled: | 79 |
Result: | Fai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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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산치 -4.

… 이상해. (괜히 먹먹한 귓가를 문지르곤, 소파에 있을 너를 찾았다.)

...아, 리츠. 책은 다 읽었어?

…뭐라도 있어? 문에~…


…보고 싶었어. 그런 기분.



난 다시 가 봐야 해. 리츠는, 천천히 와도 좋으니까.
있고 싶은 만큼 더 있다가 와.

…금방 갈게? 그동안에도, 보고 싶을 거야.

...조심해서 와.
그 말을 남기고, 마오는 황급히 문을 빠져나갑니다.
객실 안이 다시 조용하도록 가라앉았습니다.

들어본 적 없는 제목의 소설책.
페이지 틈에서 쪽지 하나가 툭 떨어집니다.

『산다는 것은 무언가를 죽이고 빼앗는 것
살린다는 것은 자신을 죽이고 바치는 것』

뒷면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텅 비어 있습니다.
책장을 다시 한 번 볼까요?

다시 책장을 살펴보니, 아까는 발견하지 못했던... 어쩐지 위화감이 느껴지는 책 한 권이 있습니다.

어라.
책이 아니네요.
책 모양의 상자입니다.

안에는 꽃다발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꽃다발을 살펴본다...?)
평범한 꽃다발입니다. 은은하게 단 향이 나네요.

역시나 문과 안내판, 꽃병이 있습니다.

『3호차:스카비오사』
『스카비오사는 재기의 꽃, 꽃말은 아침의 신부.】』

드르륵.
문이 열렸습니다.

2호차는 병실처럼 꾸며져 있는 공간입니다.
구석에는 작은 선반과 옷장이 있고, 침대 옆에는 소파도 준비되어 있네요.
어느새 창 밖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오는 소파에 앉은 채로, 침대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나 쓸 법한 새하얀 침대입니다.
명패는 붙어있지 않고, 이불 밑에 무언가 있는 것 같지만... 마오는 눈치채지 못한 듯 합니다.









침대에 있던 것은 일기장입니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새하얀 표지의 일기장.

1페이지
『오늘 은 하얗지 않은 녀석 이 왔다.
네가 나빠. 저런 녀석은 본 적 없어.
어디론가 가 버리면 좋을 텐데.』

2페이지
『하얗지 않은 녀석 이 또 왔다.
어디론가 가 버리라고 말했는데, 계속 웃고 있다.
기분 나쁘 고 무섭 다.
무엇 을 하고 싶은 거야.』

3페이지
『하얀 것은 무 서워.
하얗지 않은 것 도 무서 워.
모두 사라져버리면 좋겠어.
더 이상 오지 마, 무서워.』

4페이지
『하얗지 않은 사람이 계속 말을 걸어온다.
무엇 이 목적이라 서 이렇게나 자상한 걸까.
그 녀석들 과는 다른 걸까. 무섭지 않은 걸까.
잘 모르겠어.』

5페이지 (조금 글씨의 모양이 갖추어지기 시작했다.)
『하얗지 않은 녀석의 이름, 마오라고 한다는데.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든가 말했지만, 사실인지는 모른다.
그래도, 하얀 녀석들보다는 훨씬 재미있어.
내일도 다시 만날까.』

6페이지
『마오는 오늘도 선물을 잔뜩 가지고 와 줬다.
곰인형이라니, 그럴 나이도 아닌데 잔뜩 바보 취급하고 있어!
조금씩 공부도 하거나 하고 있지만... 어려운 건 싫네.
글자가 예쁘게 써질 때까지, 일기는 안녕!』

7페이지 (글씨가 매우 반듯하다.)
『이 일기를 쓰지 않은지 며칠이 지난 걸까.
마오는, 이런 나도 웃는 얼굴로 어울려 주고 있어.
기억 상실의 나라도 짐 취급하지 않을 거야.
요즘은 이렇게나 글씨를 깨끗하게 쓰게 되었고, 유아 퇴행도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선생님의 이야기는 어렵지만, 마오가 있어 준다면 그걸로 좋아.』

(페이지를 넘긴다.)
8페이지
『마오가 책을 주었다. 조금 길고 어려운 책이다.
천천히 해도 좋다고 말했지만, 빨리 읽어서 깜짝 놀라게 해 주고 싶다.
오늘은 과일을 가져다 주었는데, 사과가 꽤 맛있어.
마오는 굉장히 깔끔하게 껍질을 벗기고 있다.
해 보고 싶다고 말해서 한 개를 받았지만, 껍질이 자꾸 갈라져서 능숙하게는 할 수 없었다.
연습하려고 했는데, 마오가 칼을 가져가버렸어.』

9페이지
『밤중에, 이상한 목소리가 들리게 됐다.
마오가 싫은 거지, 죽이고 싶은 거지라고 물어온다.
그런 게 아냐, 마오를 좋아해.
마오도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 주었는걸.
하지만... 그렇다면,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여기가 무슨 병원일까, 마오는 알려주지 않았어.
나는 부상도 입지 않았고, 병도 걸리지 않았는데.
여기는... 정말로 병원인가?』

10페이지
『마오의 모습이 이상하다.
밖에 나가고 싶다고 했더니, 이상한 얼굴을 하고 웃었다.
아직 안 된다던데, 그럼 언제쯤이면 나올 수 있는 거야?
왜 이런 하얀 방에서, 오래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11페이지
『밤의 목소리가 계속 떠들고 있다.
마오가 나를 가둔 거야, 나를 싫어하니까.
그런 건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답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가르쳐줘, 왜 나는 여기에 있는 거야?』

12페이지
『조금, 머리를 식히고 싶어.』

13페이지
『그런 건 없어, 그건 (엉망으로 빈틈없이 칠해져 있다.)』

14페이지
『오늘도 난 하얀 방 안에 있어. 아직 나오면 안 된대.
어째서냐고 물어봤더니, 병 때문이라고 한다.
거짓말이야. 나는 이미 병이 나았는데.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어. 그래도 대체 뭣 때문에?』

15페이지
『밤의 목소리가 시끄러워.』

16페이지
『밤의 목소리가 시끄러워.』

17페이지
『밤의 목소리가 시끄러워.』

18페이지
『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 (페이지 한 면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19페이지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20페이지
『겨우 이해했어. 난 속고 있었던 거야.
밤의 목소리가 옳았어. 계속 나를 도와주고 있었어.
여기는 병원이 아니라 감금 시설이고, 마오가 나를 가둬두고 있어.
이대로 나는 죽는 걸까?
싫어, 그런 건 절대 싫어』

21페이지
『시설에서 나오는 인간들에게 법칙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 녀석들의 흉내를 내면 된다.
그렇게 하면 방심해서,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달아난 뒤,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22페이지
『밤의 목소리가 내게 여러 가지를 일러준다.
모방의 방식, 보통의 방법, 세계의 대답.
마오가 한 말은 전부 거짓말이었어. 너무해.
절대 용서하지 않아, 절대 용서할 수 없어.』

23페이지
『밤의 목소리가 오늘은 들리지 않았다.
마오가 왔기 때문이다. 왜 나의 편까지 멀어지게 하는 거야?
역시 마오는 나의 적이야. 절대 싫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24페이지
『마오가 살아 있는 한, 난 계속 감시당하는 거야?
하얀 방에 갇히고, 온 몸이 뒤져지는 거야?
마오가 죽으면... 나는 해방되는가?』

(페이지를 넘긴다.)
25페이지
『밤의 목소리가 말했는데, 사람은 쉽게 죽지 않는대.
늑골이 방해하니까, 잔뜩 잔뜩 찌르지 않으면.
무기는 과일 칼로 괜찮을까. 작고 다루기 쉬우니까.
마오가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니까, 최대한 방심시키지 않으면』

싫어, 이런 거.
(잠시 일기장을 덮어두고, 제 발치만 가만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다음 페이지를 넘긴다. 어쩔 수 없이.)
26페이지
『경과 관찰이 필요하니 일기를 써 달라고 했다.
나를 시험하고 있다고, 밤의 목소리가 귀띔해주었다.
자, 계획을 시작하자.
이 일기는 잠시 숨기지 않으면 안 되니까, 안녕.』

27페이지
『뻔한 거짓말만 쓰면 되니까 편했다. 이제 곧 퇴원이다.
마오를 죽이는 연습을 많이 했다. 베개가 마침 편했다.
몇 번이고 찌르면 반드시 죽는다고 밤의 목소리가 말했다. 꼭 죽이지 않으면.
나는, 내 인생을 살고 싶어.』

28페이지
『마오가 왔다.
퇴원 축하라는데, 거짓말이야.
사실은 감시하러 온 거잖아. 뻔해서 싫어.
그래도 참았어. 나는 참 장해.』

29페이지
『밤의 목소리만이 내 편이야. 나를 지켜준다고 약속했어.
나는 아무것도 틀리지 않았어. 세계에서 오직 밤의 목소리만이 내 편이야.
마오를 죽인 것만으로는 되지 않을지도 몰라. 동료가 많이 있을지도.
그래도 상관없어. 그 때 또 죽이면 되니까.』

30페이지
『드디어 내일이 퇴원일이다. 그리고 모든 게 끝나는 날이야.
마오에게는 비밀 이야기가 있으니 와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죽인다.
밤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지만, 분명 아군이니까 괜찮아.
괜찮아괜찮아괜찮아괜찮아, 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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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d: | 52 |
Result: | Success |
...느껴지는 것은 익숙함일까요, 위화감일까요.
묘한 기시감이 당신의 전신을 뒤덮습니다.
아.
아아.
그래요. 사실은 알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요.

익숙한 이름, 익숙한 일들, 익숙한 일기장과... 그 안에 등장하는, 또한 미치도록 익숙한 이름 두 글자.
아무래도 이 일기장은, 과거의 자신이 쓴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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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치 -2.
다만, 일기에 씌어 있는 내용을 정말로 실행했는지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생각나는 것이 없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불렀어, 리츠?


리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돼.
그냥, 그냥 여기를 둘러보고, 아까 전 객실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열쇠를 찾아 다음 방으로 넘어가면 돼. 그게 끝이야.

꿈 아니잖아. …있었잖아. 기억 못 하냐고 물었잖아. …응?

이건 꿈이야. 그냥, 그냥 악몽일 뿐이야.
깨어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잊게 되겠지. 그냥 그 정도의 꿈이라고 생각해.
그러면 되는 거야.

무서워, 깨어나면… 상상하던 현실이 올까봐.

(팔을 뻗어 네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내 아픔은 조금 뒤의 이야기야.
이 꿈의 주인은 너잖아.
아직, 결말을 짓기 위해서는 남은 것들이 있어.
응? 착하지. 리츠. 괜찮아. 난 괜찮으니까.


말했잖아, 꿈의 주인은 너라니까.
저기, 아직 남은 것들이 있어.
전부 들춰보고 와. 모두 네가 원하는 대로 될 거야.

믿을게.


일기장에 그 이상의 내용은 없는 듯 합니다. 다른 곳을 둘러보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침대와 마~ 군, 옷장, 선반 정도가 눈에 들어옵니다.

(선반쪽으로 천천히 걸어가 위를 살펴본다.)
꽃병과 책 몇 권, 작은 소품들 몇 가지가 얹어진 아기자기한 선반입니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색감을 띄고 있습니다.

『겉과 속의 꽃말』

책을 펼쳐보니, 몇 개의 페이지마다 쪽지가 붙어 있습니다.

쪽지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단순히 읽던 부분을 표시해 둔 용도인 것 같습니다.
붙어 있는 쪽지는 총 여섯 개. 어째서인지 이외의 페이지는 새하얗습니다.

・ 봄망초 : 회상의 꽃. 꽃말은 『스스럼없는 사랑』, 『회상의 사랑』.
・ 알리움・기간티움 : 불굴의 꽃. 꽃말은 『원만한 인품』, 『무한의 슬픔』.
・ 콜키쿰 : 영원의 꽃. 꽃말은 『즐거운 추억』, 『나의 가장 좋은 날은 지나갔다』.
・ 스카비오사 : 재기의 꽃. 꽃말은 『아침의 신부』,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 금잔화 : 자애의 꽃. 꽃말은 『조용한 마음』, 『이별의 슬픔』.
・ 물망초 : 우정의 꽃. 꽃말은 『진정한 사랑』, 『나를 잊지 말아줘』.

(책을 덮어두었다.) (책 옆의 꽃병을 살펴본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섞여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 중 한 송이만 생화인 듯 합니다.

무리 없이 꺼내집니다.
달고 잔잔한 향이 나네요.

작고 아기자기한 물건입니다. 주사위와 작은 곰인형, 선물상자 모형. 딱히 중요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

옷장 안에는 상복이 몇 벌 걸려 있습니다.
여성용, 남성용, 어린아이용 등등... 당신의 몸에 딱 맞을 것 같은 사이즈의 상복이 눈에 띕니다.
갈아입는 것이 좋을 것도 같네요.

미리 준비해놓기라도 한 것처럼 딱 맞는 상복.
주머니가 어쩐지 묵직합니다.

...
이건,
과도?

이게 왜 여기에,
생각할 틈도 없이, 시야가 흐릿해집니다.
치켜들고, 내리꽂고.
몇 번이고 거듭되는 단순한 행위의 반복.
눈앞이 붉게 물들어갑니다.
기분이 고조됩니다. 아마도 제정신으로 저지른 일은 아니겠죠.
누군가가 미친 듯이 웃고 있습니다.
귀가 찢어질 것처럼, 시끄럽게 웃고 있습니다.
찌르는 팔은 누구의 것일까,
웃는 소리는 대체 누구일까?
얼마 지나지도 않아, 당신은 깨닫습니다.
붉은 것은 당신의 손, 칼을 쥔 것은 그 손바닥.
저주처럼 달라붙는, 칼날이 피부를 뚫는 감각.
피바다 속으로 쓰러지는, 당신의 『소중한 사람』, 이사라 마오.
그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있을 뿐입니다.
움직이지 않는 시체, 붉은 시체.
죽음의 냄새.
그걸 만들어낸 것은 당신, 그 광경 속에서 웃고 있는 것도 당신입니다.
당신이, 이사라 마오를 죽였습니다.
믿고 싶지 않은, 너무나도 무시무시한 환각.
공포가 당신의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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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깜빡, 깜빡.
시야가 돌아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금 전과 다를 바 없는 풍경입니다.
소파에 앉아 있던 마오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제외하고.

…… 보고 싶어. (주제 모르는 말이지만, 보고 싶어. 한 마디를 뱉곤 입술을 꼭 깨물어버렸다. 문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툭.
걸음을 옮기려던 당신의 발에 무언가 채입니다.

반으로 접힌 편지지입니다.

『떠올려 버린 거지, 역시.
너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거짓말을 한 게 되어 버릴까?
하지만 이제 어느 쪽이라도 좋아. 지쳤고...
곧 장례 행렬이 시작돼. 우리 둘만의 장례 행렬이야.
멋지지, 단 둘이서만이라니.
그러니까, 기다릴게.』

유독 크게 느껴지는, 그러나 평범한 문입니다.

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꽃병이 놓여 있습니다.

...덜컹.
문이 열렸습니다.

당신이 1호차에 들어섬과 동시에,
들어왔던 문이 쿵 소리를 내며 닫혔습니다.
다시는 열리지 않을 것처럼 단단해 보입니다.
창 밖에는 굵은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새 밤이 되었는지, 하늘은 그저 어두울 뿐입니다.

객실 안에는 빽빽하게 꽃이 깔려 있습니다.
숨이 막힐 것처럼 진한 향기 사이에, 관 하나가 놓여져 있는 것도 보입니다.
관 속에 누워 있는 것은 파리한 얼굴을 한 이사라 마오,
그 옆에 서 있는 것도 파리한 얼굴을 한 이사라 마오입니다.

나 왔어.

어서 와. ...고생했지.

…미안해.

널 원망하지 않아. 괜찮아. 응?

…꿈이 아니었네. 내가 널 죽였는걸.

괜찮으니까, 응. 리츠가 아파하는 건 별로 보고 싶지 않고.

하지만 아파. 웃기지, 내가 마~군을 잔뜩 찔러서 죽여놓고. 또 아파한다는게.
…많이 아팠어?

그냥, 죽는 것보다도... 네가 힘들어하는 게 더 아팠어. 혼자 속으로 삭히면서 아파했을 생각을 하니까,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던걸.

…같이 돌아가고 싶어. 시간이라도 돌려서.


좋아해, 사랑해. … 항상 그랬다고는, 이제 말 못하겠네.

보통 일반적으로는 말야,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더라도 자기를 죽이면... 보기 싫어져야 할 텐데. 계속 네가 보고 싶었어.
이상하지. 그래서 조금... 놀랐어. 죽어서 그런 건가, 내가 살아 있었으면 달랐을까?

내가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기지만. 마~군은 날 엄청엄청 좋아하니까…♪ 응,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리츠, 아까 내가 말했던 거 기억나?
이 꿈의 주인은 너라고.


나조차도 말야.
그래서 여기의 나는, 제대로 된 온전한 나라고... 말할 수는 없어.


아니, 있지는 않을 거야.
...죽었으니까.

깨어나기 싫어, 마~군.



...네가 만들어 낸 존재야. 그렇다고 내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겠지만, 일단은 그래.

…응, 내가 죽였지만. 슬퍼할 자격이 있을까, 나한테.

리츠, 네가 결정해줬으면 좋겠어.


현실에서 등을 돌리고, 네게 있어서만 나일 수 있는 불완전한 나와 함꼐, 이 열차에서 영원을 보낼 것인지.
이 세계를 만들어낸 게 너니까, 끝내는 것도 너여야 해.
내가 선택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내겐 권한이 없는걸.

잔인하네~… 죄의 댓가가. …저지른 것에 비하면 한없이 작겠지만.

그렇지만, 널 볼 수 있어서 좋았어.
아마 이건 온전한 '나' 라도 똑같이 생각할 거야.


나와 그 아이는 결코 다르게 생각하지 않아.
결국 나도 이사라 마오인걸.
널 좋아하는, 널 사랑하는 네 마~ 군이야.

…전해주러 가야할까, 꿈 밖으로.
무서워, … 나 무서워. 깨고 싶지 않아.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해.
이곳에 남겠다고 해도, 깨어나겠다고 해도 받아들일 거야.
다만, 어떤 나라도 널 사랑하는 것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그걸 두려워하지는 마.

상냥한 내 마~군, …응, 내 마오. 네 마음이 변할 리 없잖아. 괜한 걱정을 했네.
…나를 제일 사랑하는 너인걸.
…있지, 나는 결국 꿈에서 깰 거야. …꽃다발, 들고 찾아가야 하니까.

깨어나기로, 결정한 거야?





꽃가루 알레르기니 뭐니 하면서 안 받으면 화낼거야. 그리고 조화 들고 다시 찾아갈 거야.


좋아해, …포기, 안 해줘서 고마워. 끝까지 사랑해줘서 고마워, 마~군.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게.
고마워, 리츠.
진짜, 진짜... 고마워.
마오는 눈물이 맺힌 눈으로 환하게 웃어 보였습니다.
이윽고 그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 쪽을 선택해줘서, 정말 다행이야.


인사, 해 줘야지.

만나러 갈게, 또 다시 근사한 고백을 할게. …약속해.

약속, 했으니까.
리츠, 안녕.
눈부신 빛 사이로, 마오의 모습이 점점 흐려집니다.
"이번에는, 그 쪽에서 기다릴게"
귓가에 어렴풋이, 그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습니다.
순식간에 시야가 닫히고, 어둠 속으로 의식이 빠져듭니다.
...
깜빡, 깜빡.
눈을 드면,
당신은 과도를 한 손에 쥔 채로,
마오의 앞에, ...서 있습니다.

내리꽂기 직전,
마오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당신을 올려다보고.
부들부들 떨리던 손은 결국 칼을 놓칩니다.
내리꽂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당신은 멍하니 그의 앞에 주저앉았고, 마오는 눈을 깜빡거리며 그저 당신을 바라볼 뿐입니다.


마~군, 보고 싶었어.

리츠, 아, 너, ...... (네가 우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목이 메인 듯 물기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네게 다가가 널 끌어안았다.) 고마워, 멈춰 줘서 고마워... 다행이다. 리츠, 리츠 맞지? 내가 싫었다는 거, 실은 다 거짓말이지, 응? 나, 나는... (결국에는 저도 따라서 울음을 터뜨린다.)




그가 살아 있는 것은, 도대체 어째서일까요?
분명히 죽었을 텐데. 죽었어야 했는데.
그럼에도 그는 당신의 앞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상자 안의 선택, 혹은 마술 같은 우연.
어느 쪽이든... 당신은 그를 다시 만났습니다.
다시, 평온한 일상의 시작입니다.
비록 그것이 영원한 꿈이라 하더라도,
혹은 아픈 진실이라 하더라도.
서로의 곁에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아프고 슬펐던 기억들은 과거에 묻어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시간입니다.
Ending 2, 『악몽에서 깨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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